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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삶'을 관람하는 데에 책임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3. 15. 17:23

을 관람하는 데에 대한 책임

이자연

 

으레 여행지로 떠나면 그 관광 명소는 대게 자연적, 지리적 풍경이 뛰어나거나 혹은 역사적 이야기가 뿌리내려 있는 장소인 경우가 많다. 볼 것이 많거나 생각할 것이 많 곳들이다.) 사람들은 빠듯한 일상에서 벗어나 이색적인 것을 찾다 보니 자신에게 가장 친근하지 않은 곳으로 향하게 된다. 한적한 곳에서 살던 이들은 대도시를 꿈꾸고, 빠른 발걸음에 지쳐있던 이들은 소음 없는 조용한 곳으로 떠나듯 말이다.

 

부산은 단연 많은 얼굴을 가지고 있는 여행지다. 도심에서는 도저히 보기 어려운 푸른 바다는 물론이고, 뜨거운 영화제와 다양한 먹거리, 그리고 번쩍이는 번화가는 남녀노소 각기 다른 취향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산 여행의 관심이 부쩍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부산 안에서 누군가 쉬이 접해보지 못했고, 흔하지 않았고, 새로운 부산의 얼굴을 원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레이더 망에 포착된 것이 바로 감천마을이다. 감천 마을은 매년 3만 여명의 방문객이 찾던 곳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던 곳이다. 하지만 작년 2015년에는 140만 여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며 사람들로 들끓기 시작했다.

 

감천마을이 위치한 부근은 한국전쟁 당시 내려온 수많은 피난민들이 산지에 임시로 판자 등을 이용하여 집을 지어 살던 곳이다. 단순히 비와 바람, 추위만 일시적으로 피할 수 있는 형태였다. 이후에 경제개발 일환으로 감천마을의 일대가 개발지역의 대상이 되었을 때, 주민들은 뜻을 모아 강렬하게 반대했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지켜냈다. 결과적으로 개발이 아닌 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마을에 경제적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지금의 감천문화마을이다. 집집마다 색색 별로 곱게 칠해지고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여 사는 모습은 아마 다른 누군가가 보기에 동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작은 마을처럼 보였을 게다.

 

여행을 하면서 무언가를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그 과정 안에는 단순히 외양에만 감탄하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 서려있는 이야기를 진중하게 직면할 수 있어야 한다. 어쩌다 감천마을이 생겨날 수 있었는지 부터 시작해서 감천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지 까지 말이다. 사진기를 들고 맛있는 길거리 음식을 하나하나 음미하며 풍경을 보는 사람들이 밟은 그 자리는 결국 아무개 씨가 그토록 생존하기를 바랐고, 원했던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처지와 혹은 가난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단순히 아름다움이라면 그것은 감천마을이 생겨난 이유에 배반하는 감정이다.

 

실제로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집세가 올라 원래 살던 주민들에게 피해가 소리 소문도 없이 점점 번져가고 있다고 했다.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만 있을 리 없다. 소음을 비롯하여 예를 갖추지 못한 몰상식한 관광객들의 쓰레기 투기, 골목 흡연 등은 주민들에게 새로운 피로가 되고 있다. 우리는 여행에 대해 너무나 관대한 나머지, 여행지가 아니라 주거지인 사람들의 처지를 차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카메라 렌즈 시야 밖에 무언가를 보는 일은 누군가의 삶을 마주한 여행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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