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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OOO_내_성폭력'과 '강간문화'

쫑티 2016. 12. 30. 14:06


‘#OOO__성폭력해시태그와 강간 문화

쫑블리


 161017, 트위터에서 ‘#오타쿠__성폭력해시태그 운동이 시작되었다. 서브컬처 분야에서의 성폭력 피해자들의 증언을 기점으로 성폭력 사실 공론화의 토양이 형성됐다. 이 운동은 운동권, 영화계, 스포츠계, 문단 등 사회 곳곳의 성폭력 증언으로 이어졌다. 또한, 유명 작가나 해당 분야의 주요 인물들의 성폭력 가해 사례가 밝혀졌다. 피해자들이 SNS를 통해 폭로한 뒤, 이 아무개 웹툰작가, 박 아무개 시인, 영화화된 유명 소설의 박 아무개 작가 등이 사과의 뜻을 밝혔다[1]. 일민미술관의 함 아무개 큐레이터는 여성작가에 대한 과거 성폭력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또한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학교 내 성폭력은 별도의 기록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일련의 개별 건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모두 비대칭적 권력관계에서 일어난 위계에 의한 폭력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모든 사건은 가해자가 그의 권력 우위를 바탕으로 육체적, 정서적 폭력을 행사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성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의 행동에서 찾으려 하거나 가해자의 통제할 수 없는 성적 충동으로 보는 것은 성폭력의 본질을 가리기 쉽다. 남성의 성적 욕망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반드시 여성을 대상으로 분출해야 한다는 성에 대한 본질론적 사고관과 성별 이중규범은 결과적으로 여성에 대한 차별을 묵인하고 재생산하는 사회구조를 고착화하기 때문이다. 이는 더 나아가 사회가 남성의 성폭력을 용인하고 피해자의 침묵을 강요하는 강간 문화를 지속시킨다.


 한국사회에 만연한 언어들을 떠올려보라. “여자의 NoYes와 같이 강간을 강간이 아니라고 하는 문화가 있다. 또 엄연한 성폭력 사건을 술 먹고 한 실수로 국한시키거나 가해자를 장래가 촉망되는 인재운운하며 강간을 묵인하는 문화가 있다. 온라인상에서 아무런 제한 없이 작업주’, ‘데이트 약물등이 이야기되고 유통되는, 강간을 조장하는 문화가 있다. “네가 여지를 준 게 아니냐.”라거나 그 시간에 왜 밖에 돌아다녔니? 왜 옷을 그렇게 입고 있었니?”와 같이 피해자를 비난하는 문화가 있다. 이와 같이 우리에게 상당히 익숙한 한국사회의 언어들은 강간 문화를 구성하는 요인이다. 또한 이는 남성 집단 내 호모소셜(Homo social)과 함께 나타난다.


 이에 대해 올가 페도렌코 서울대 인류학과 조교수는 남성의 불쾌한 접근을 여성이 거절했을 때, 그 여성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여성을 괴롭히거나, 여성을 폭행하는 사건들강간 문화이며 여성에 대한 남성의 권리 주장과 폭력을 제도화하는 사회 내 여성혐오적인 문화라고 단언한다.


 결국, 일상에서 빈발하는 성폭력은 가해자 개인의 문제인 건 물론이거니와 공동체 내 강간 문화에서 비롯한다. 따라서 한국 사회를 배회하는 성폭력이라는 유령을 내몰기 위해서는 의식 개선과 함께 피해 사실을 당당히 공론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피해자와 그의 지지자들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는 한편 가해자의 진심 어린 반성을 이끌어내며 재발 방지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강간 문화의 타파야말로 오랜 세월 동안 당연시되어온 가부장제와 여성혐오적 문화들을 전복시키고 성 평등한 사회를 이룩하기 위한 첫걸음일 것이다.

 

[1] 이 아무개 작가의 경우 성폭력 방조와 2차 가해 지목을 받았으며 피해 호소인에게 1차적으로 성폭력을 행사한 이 아무개는 모든 SNS를 비활성화하는 한편 성폭력 사실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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