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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서적 부도, 낡은 관행과 출판업계의 위기 사이에서.

하이네

 

 송인서적이 부도를 맞이했다. IMF이후 두번째다. 두번째 부도소식은 출판 업계를 긴장시켰다. 송인서적은 출판사와 서점을 이어주는 역할을 해온 도서 도매 업체였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에서 두번째로 크고, 가장 오랫동안 사업을 한 사업체였기도 했다. 송인서적의 부도로 2,000여곳 출판사의 유통 경로가 막혔을 뿐 아니라, 책값을 제대로 받을 수 없어 어려움이 생겼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는 긴급회의를 열어 출판계에 대해 50억원의 긴급지원을 한다고 결정했다. 또한 박원순 서울시장도 13억원의 긴급 자금지원을 한다고 밝혔다. 출판회사의 연쇄부도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한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송인서적의 부도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작용했다. 책을 많이 읽지 않는 낮은 독서량이 첫번째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독서량은 2008 11.9권에서 2015 9.1권으로 떨어졌다. 또한 성인의 독서율은 2013 71.4%에서 65.3%로 하락했다. 독서량의 감소는 결국 출판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두번째로 낡은 관행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우리나라 출판 시장은 서점들이 책을 구매해서 파는게 아니라, 일단 서가에 꽂아 두고 책이 팔리면 도매상과 출판사가 나눠가지는 형태다. 이 과정에서문방구 어음이라 불리는 결재 방식이 횡행했다. 심지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기도 했다. 송인서적의 경영 방침은가족 같은 분위기였다. 친한 출판사나 하위 도매상에겐 값을 더 쳐줬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단가 후려치기가 있었다. 심지어 대형출판사에게는 을의 위치에 서게 되면서 대형출판사에 끌려다니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나라 성인들의 낮은 독서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오죽 낮았으면 실질 문맹률이 높은 나라에 우리나라가 올라가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그러면 독서량을 향상 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책을 읽자는 캠페인을 하는게 아니라, 지역 내 공공도서관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도서관을 확충해 책을 읽을 기회를 늘이고, 자연히 도서 구매량을 늘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나라 출판업계는 표지나 종이질에 신경을 많이 써서 책값이 비싼 편이다. 책값이 비싸면 구매자들의 독서 장벽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양장본 출판에 목매는 업계내 관행도 손 볼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정부의 도서정가제도 손볼 필요가 있다. 도서정가제로 인해 책값이 전반적으로 상승해 시민들이 책을 읽지 않는 풍토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송인서적의 부도를 야기했던 출판업계의 관행도 손볼 필요가 있다. ‘문방구 어음을 줄일 수 있도록 도매상의 공개념화가 필요하다. 도매상의 공개념화는 출판사와 서점이 기금을 출자해 이를 만들어 출판사와 기존 서점을 연결시키는 방식이다. 당연히 도매상의 운영은 서점-출판사가 공동으로 운영하게 된다. 이를 통해 출판 물량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낙후된 소형 서점도 대형서점 못지 않을 정도로 인기서적을 빠르게 구비할 수 있을 것이다. 대형출판사-도매상-중소출판사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도 해결할 수 있다. 이는 문방구 어음이 줄어들어 중소출판사들과 인쇄소가 지는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그간 주먹구구식으로 굴러갔던 출판산업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책이 얼마나 팔리고 있는지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고로 시스템을 마련해 출판 업계의 선진화도 함께 도모해야 할 필요가 있다. 


 1997 IMF 경제위기로 출판계는 큰 위기를 맞이했다. 그때는 정부 지원으로 살아남았다. 하지만 이번 송인서적 부도 사태로 두번째 위기를 맞았다. 세번째 사건이 생기지 않도록 출판 업계의 대수술과 정부의 독서 진흥 정책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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