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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11월 20일 발생한 교육비정규직 노조 파업에서의 교육공무직 집회 ©️참세상



김정현(또바기)



일을 떠맡고 싶은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재작년 성남의 한 학교에서는 상급 기관에서 내려온 먹는 물 공문을 누가 처리하느냐를 두고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졌다. 교원인 보건교사, 공무원인 교육행정직, 그리고 무기계약직인 영양사가 다툼을 벌였다. 업무분장은 명확하지 않았다. 셋은 싸우다 못해 결국 교장의 부름을 받았다. 타협과 화해를 이끌려던 교장은 눈물과 하소연만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번 일을 맡았다가는 앞으로도 쭉, 그 후임까지 그 일을 해야 할 처지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그 공문은 영양사의 차지가 되었다.



이 같은 관행은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상대적 약자의 부담감을 키우게 마련이다. 명확한 업무분장 시스템, 곧 법이 이것을 막아줄 수 있다. 민주당 유은혜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교육공무직법은 꼭 필요했다. 교육공무직은 영양사, 전문상담사, 돌봄전담사, 교육실무사, 조리전담원 등을 말한다. 관계된 법령이 없어 존재부터가 참으로 애매하다. 하는 일도 애매하고, 소속도 교육청인지 학교인지 애매하고, 처우도 무기계약직부터 비정규직까지 애매하다. 이들을 묶어서 ‘교육공무직’으로 이름 붙인 첫 법안이었다. 법안은 애매한 처우부터 먼저 바로잡으려 했다. 교육공무직은 전체 교원 수의 40%에 해당하는 40만 명이며, 이들 중에 14만 명이 비정규직인 점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문제다.



그럼에도 교육공무직법은 형평성 논란에 부딪혀 좌초되고 말았다. 법안 부칙 제2조 제4항 “관계법령에 의해 교사의 자격을 갖춘 경우, 교사로 채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가 문제였다. 임용시험을 준비하던 예비교원, 그리고 한국교총이 반발한 것은 이 때문이다. 교총은 기존 교육공무직을 정규직화한다면 예산을 감당할 수 없다고 호소했고, 때문에 예비교원도 자신의 채용을 걱정하게 마련이다. 실제로 일선 학교에서는 교육공무직노조의 쟁의로 이들의 처우가 차츰 개선되자, 교육공무직을 뽑지 않고 15시간 단기 비정규직을 만들었다. 이마저도 교육청의 승인을 받는 것으로 규제되자, 자원봉사자를 동원하고 있다. 해야 할 일은 늘어나는데, 돈이 없다는 것이다. 필요한 사람이라면 제대로 뽑아서 제대로 쓰는 게 맞는데도 말이다.



결국 핵심은 돈 문제다. 지금 교육예산은 교육계 수요에 비해서도, 교육의 질 문제 차원에서도 비정상적이다. 교육예산이 포함된 2016년 한국의 GDP 대비 복지예산(SOCX)은 10.4%, OECD 중 30위로 조사국 중 꼴찌다. 정부는 복지예산이 총 예산 중 32%로 역대 최대라고 말하지만, 이는 인구고령화로 인한 부대비용 때문에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 게다가 현 정부는 공약으로 내걸었던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재정교부금으로 돌려 교육청에게 빚을 지우고, 여당 의원들을 통해 무상급식 예산 삭감을 유도하여 교육계의 믿음을 잃었다.



복지국가의 상을 정립하고, 교육예산을 약속대로 증대했다면 없었을 싸움이다. 현 정부의 예산은 비선과 실세의 쪽지에 좌우되어 왔다. 지난 11월 기획재정부가 제출한 ‘최순실표’ 예산이 4천억이다. 교육예산 총액인 약 52조원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비선실세, 거짓말 정부가 돈을 줄 것이라고 교육계를 달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결국은 박근혜 정부의 적폐다. 다음 정부는 반드시 신뢰를 주는 정책 원칙을 되살려야 하며, 교육복지의 상을 바로잡는 차원에서 교육예산을 대폭 확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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