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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국정교과서, 질서 있는 퇴장을

한결또바기 2017. 1. 2. 01:32

작년 12월 23일 전희경 당시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의 발언. © JTBC NEWS


 

김정현(또바기)


 

참으로 무질서하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입이 혼란하다. 국정 역사교과서 공개 하루 전날에는 (, 검정을) 혼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하더니, 지난 13일 국회 교육문화관광위원회(교문위) 보고에서는 1년 유예는 검토한 적이 없다고 한다. 교문위 소속 새누리당 국회의원들도 어깃장을 놓는다. 전희경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학생과 학부모를 정쟁에 볼모로 삼는 일이라며 국정교과서 도입을 예정대로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람들은 보수 여당이 국정교과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우려한다.

 

하지만 교육부 장관의 입에서 혼용이니 유예니 하는 말이 나오는 상황은 분명 새롭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박근혜 정부와 보수 세력의 이데올로기와도 같았다. 작년 9역사학계의 80%가 좌파라는 말까지도 서슴지 않았던 그 위세를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국정교과서의 끝이 보인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만들어 낸 촛불의 힘이다.

 

역사학자 E.H.카는 한 사회가 어떤 역사를 쓰느냐, 않느냐는 것이 그 사회의 성격을 암시한다고 적었다. 예로부터 역사는 집권자들의 정통성을 강화하는 도구였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로, 박정희 신화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이들은 그 신화의 완결을 지상 목표로 삼았다. 작년 10월만 하더라도 전희경 의원(당시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시작일 뿐, 다른 교과서도 좌편향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를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받아 지금 교과서는 반()대한민국이라며 강공 직구를 던져댔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지금 촛불의 기세는 꺾일 줄 모른다. 이제는 현 정부의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정국에서 부활하지 않는 한, 국정교과서를 기존대로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시민들은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했다. 촛불은 현 정부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는 진실에 도달해 있다. 유사 이래 어떤 정권도 정통성을 잃은 뒤 살아남지 못했다. 시민들은 정통성 없는 정부의 정책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이준식 부총리가 국정교과서 유예는 부정했지만, 여전히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교과서는 국민 초유의 관심사인 입시와 교육제도에 직접 맞닿아 있다. 교육부가 교육 현장의 혼란을 야기한다는 비난을 견디면서까지 패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비록 극우적인 몇몇 인사가 자신의 이데올로기인 현 국정교과서를 포기하지 않으려 하나, 마치 사후 경련을 보는 듯 비루할 뿐이다.

 

더 이상의 무질서는 언급했듯이 일선 학교에 혼란을 야기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중, 고등학교 학생과 교사가 떠안게 된다. 어쩌면 정쟁을 언급한 전희경 의원 본인이 생존을 위해 교육부를 볼모 삼는 모양새라는 것을 알지도 모른다. 정말 대한민국의 교육을 위하고, 민심을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면 국정교과서를 놓아줌으로써 질서 있는 퇴진을 이루는 게 현명할 것이다.

 

# 2016 12 14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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