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민중총궐기대회” 이후 모든 여론과 언론들이 주목했다. 당시 각자 나름대로의 사연이 얼기설기 얽혀있는 다양한 목소리를 외치기 위해서 많은 이들이 모여들었다. 정부 당국은 집회가 불법폭력 시위로 과열될 것이라며 경찰을 동원했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염려의 문제로 그들이 강경대응에 들어갔다고 하기에는, 합법적인 집회였음에도 불구하고 선제적 차벽을 설치하는 것을 비롯하여 대량의 캡사이신이 섞인 물대포를 살수했다. 심지어 캡사이신이 지용성이라는 것을 이용하고 이에 기름까지 첨가함으로써 물에 씻어도 씻겨나가지 않게끔 하는 치밀한 모습도 보였다. 결국 다수의 부상자가 속출하고 농민 백 씨는 의식불명에 빠지고 말았다. 문제는 어떻게 경찰이 시위를 강력하게 진압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왜 그것이 우리사회에서 ..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다. 일반적인 '평범함'의 정의다. 다자키 쓰쿠루 와 월터 미티에게서 특별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빼어난 능력도 없이 그저 사회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중년의 남성들. 그들은 하루하루 같은 일상을 반복하면서 기계적인 삶을 살아온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친구는 갑작스레 순례를 떠난다. 친구를 만나 16년 전의 오해를 풀기 위해, 그리고 잡지 폐간호를 앞두고 잃어버린 표지를 찾기 위해. 회사에 긴 휴가를 내고, 짐 몇 가지를 챙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 여행에 침을 꿀꺽 삼키고 낯선 발걸음을 내딛는다. 혼자만의 여행을 생각하다가도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 당신에게,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이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믿었던 친구들에게 어느 날 절교 선언을 듣는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
나는 어떻게 나의 여성혐오를 알게 됐는가?박수현나는 21년 동안 여성혐오를 품어왔고, 지금도 품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21년 동안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여성혐오를 품지 않으려는 노력조차 할 수 없었다. 세상에 만연한 여성혐오를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는 여성혐오를 알고 반성할 수 있다. 어떻게 나의 여성혐오를 알게 됐는가?라는 수업 중, 도리스 레씽의 「지붕 위의 여자」를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두 번이나 읽었을 때,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이 작품은 지붕 수리공 남자 셋이 옥상에서 비키니를 입고 일광욕을 하는 여성을 관찰하며 여성혐오를 가하는 내용이다. 그들은 그녀의 비키니 모습을 훔쳐보며 킬킬대고, 휘파람을 불어 시선도 끌어보고 도도함에 욕도 하지만 한 명은 마음속으로 그..
아버지는 열살 때 돌아가셨다. 전기 기술자였던 아버지는 손재주가 좋았다. 지역 대학교 배선공사를 혼자설계하고, 손수 작업하기도 했었다. 잘나가던 전기 기술자였던 아버지도 내 나이 여덟살적 큰 송사를 치룬적이 있었다. 아파트 전기공사를 했는데 형광등이 녹아내린 사건이 발생한 것이었다. 물론 이것은 아버지에게 물건을 납품했던 납품업자가 불량부품을 판매해서 생긴 일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 건으로 부녀회와 송사를 치르고, 납품업체 사장과 크게 다툰적이 있었다. 나중에 아버지가 법정에서 이기긴 했지만 누군가에게 아버지는 참 나쁜 사람이었을 거다. 아버지는 술을 참 좋아하셨다. 술주정을 부리진 않았지만 자주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왔다. 그리고 약속이 없는 날에는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날이 많았다. ..
내가 열세 살이 되었을 적에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혼을 했다. 나름 갑작스러웠다면 갑작스러웠을 변화로 부모님이 헤어진 연유를 정확히 인지하지는 못했으나, 알고 보니 아빠가 큰삼촌에게 보증을 섰던 것이 잘못되었고 그 이후로 둘의 관계가 퍽 나아지지를 않았다고 한다. 나의 정신적 건강이 위협받아서 인지 한창 부부싸움이 극심하던 열한 살의 기억은 거의 없다. 그저 이렇다 할 사실만 뿌옇게 남아있을 뿐이다. 매일 밤 싸움이 일어났고, 언니와 나는 방에서 울었으며 경찰이 곧잘 우리 집으로 찾아오곤 했다. 옆집에 사는, 우리 집 고양이를 예뻐하던 언니가 그랬다. “너희 집 밤마다 엄마아빠 싸우지?” 창틈으로 우리 집의 난투극이 온 동네로 퍼져간걸 알게 되면서 나는 그 즈음에 이른 사춘기가 왔던 듯싶다. 창피함을..
어렸을 적 꿈꿔왔던 것은 좀 더 멋진, 자기 확신에 차있고 하고 싶은 일을 척척해내는 그런 어른이 되는 것이었다. 스무 살이 되면 유럽 여행도 가고, 동아리 회장도 해보고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해서 스펙은 일찍 다 쌓아놔야지. 마지막으로 독립해서 완전히 ‘내 세상’을 만들 거야… 이런저런 생각에 잠길 때 쯤, 눈이 번쩍 떠졌다. 주위를 둘러보기도 전에 가장 먼저 시선이 머문 곳은 거울 속의 나. 초라한 모습이었다. 스물 둘이라는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했다. 거울 속의 나는 여전히 고등학생의 티를 벗어나지 못하고 외려 더 어려 보였다. 더 약하고, 더 겁먹은. 스무 살이 되면 가장 먼저 내 힘으로 돈을 벌어보고 싶었다. 초등학교 때 부모님께 받았던 1,000원, 2,000원의 용돈이 아니라 '월급'이라는 ..
자본주의를 저항하는 삶 와타나베 이타루의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박수현 자본주의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 사람은 ‘카를 마르크스’다. 그는 『자본론』을 통해 노동자를 착취할 수 밖에 없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비판했다. 그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자본주의 모순을 해결하지는 못했다. 우리가 자본주의체제 속에서 우리의 노동력이 착취당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자본론』은 세계에 만연해 있는 자본주의를 뒤집지는 못했다. 하지만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삶의 방법에 대한 실마리를 줬다.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삶을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통해 개인의 차원에서 실행하는 것을 실천하는 책, 아타나메 이타루씨의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다.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가 착취당하는 이유가 자본가(경영자)..
노르망디에서 고립된 병사 라이언, 외딴 행성에서 고립된 과학자 만, 의 주인공인 멧 데이먼이 맡았던 역할들이다. ‘고립전문 배우’답게 에서 화성에서 고립된 식물학자 ‘마크 와트니’ 역할을 맡았다. 이쯤이면 인기 도서인 ‘살아남기 시리즈’에 글을 써도 될 정도다. 우주에서 고립됐다는 점에서 과 비교해 볼만하다. 우주 한복판에서 홀로 남은 스톤박사가 유난히 겹쳐보이는 영화다. 화성에서 모래폭풍을 견디고, 혼자서 화성기지를 관리한다. 심지어 식량을 구할 방법도 강구한다. 지구에서는 화성에 홀로남은 ‘마크 와트니’를 구출하려고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무사귀환을 바란다. 의 줄거리 인류는 화성에 인간을 보내 연구하는 수준까지 발전한다. 화성에 파견된 6명의 탐사대는 화성에서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지 조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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